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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이상기후…사과·배·키위 등 과수농가 피해 발생

  • 조회 : 174
  • 등록일 : 23-06-07 14:28

전국 곳곳 이상기후로 과수농가 피해 발생


전국 곳곳에 봄철 저온,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로 과수농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에서는 폭우가 쏟아진 후 키위꽃 썩음병이, 충청권 등에서는 사과·배 농가를 중심으로 저온피해가 확산해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가 피해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만큼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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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키위농가 고관식씨(왼쪽)와 김경철씨가 썩음병이 발생한 꽃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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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 내린 폭우로 썩음병 피해를 본 제주 키위꽃. 


◆꽃 썩음병 급속하게 퍼지는 제주= “20년 넘게 키위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피해는 생전 처음입니다.”

제주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에서 4959㎡(1500평) 규모로 키위를 재배하는 고관식씨(75)는 검게 썩어버린 키위꽃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농장 바닥에는 이미 썩어 떨어진 꽃망울이 수두룩했고, 그나마 나무에 매달린 꽃도 손을 갖다 대기 무섭게 힘없이 낙하했다. 

농가들은 5월초 쏟아진 폭우로 개화가 임박한 꽃망울이 물을 과도하게 먹어 썩음병이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고씨는 꽃 썩음병을 예방하고자 비가 오기 전 방제를 두 번이나 했지만 연일 퍼붓는 비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피해는 제주시 지역에서도 비닐하우스가 아닌 망 시설에서 주로 재배되는 그린 키위에 집중됐다. 최근 골드 키위 생산량 증가로 오히려 그린 키위가 귀해져 올해 수확에 대한 기대가 컸던 농가들은 별안간 농장을 덮친 병해에 속을 앓는 모습이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시 지역에 5월3∼7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다. 이 기간 강수량은 167㎜에 이른다. 

고씨는 “연일 내리는 비가 피해를 키웠다”면서 “농장 전체 면적 중 절반 이상이 썩음병 피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나무에 달린 꽃에 수분작업을 했지만, 열매가 자라다 떨어지거나 기형과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망연자실했다.

친환경농법으로 그린 키위를 키우는 이종진씨(52·화북동)는 “화학 방제가 불가능해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 앞에선 손쓸 방법이 없었다”며 “올해 생산량은 예년에 비해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위는 암수딴그루 식물로서 개화가 시작되면 늦어도 5일 이내 암술머리에 수꽃가루를 뿌리는 인공수분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꽃가루 소비량으로도 올해 개화량이 줄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고수민씨(65·회천동)는 “최근 수분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꽃가루를 지난해의 60% 정도 썼다”며 “그만큼 꽃 썩음병으로 제대로 피지 못한 꽃이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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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 충남 예산 고덕농협 조합장(오른쪽)과 과수농가 천광철씨가 배나무의 착과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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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고덕면의 배농가 장만길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결실이 거의 되지 않은 배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중부권 봄철 저온피해 현재진행형=“냉해로 꽃이 얼어 죽다 보니 배고 사과고 달린 게 없습니다. 수십년 농사지으면서 올해같이 결실이 부진한 해는 한 번도 보질 못했어요. 올해 농사는 다 틀렸어요.”

5월30일 찾은 충남 예산군 고덕면 일원에서는 배와 사과를 재배하는 농장마다 농민의 한숨소리가 가득했다. 4월초에 두 차례 불어닥친 추위로 꽃이 상당수 얼어 죽으면서 착과된 과일이 예년과 견줘 많이 줄어들어서다. 당시 이 지역은 기온이 영하 3~4℃까지 떨어져 살얼음이 생길 정도로 추웠다. 

배농가 장만길씨(75·상궁리)는 “추위가 3일 정도 이어지면서 암술이 대부분 죽었다”며 “최근 인공수분을 3번씩이나 했는데도 착과된 배가 평년의 10%에 불과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배 봉지를 1년에 6만~7만장 사용하는데 올해는 지난해 쓰다 남은 1만장만 있어도 충분할 듯하고, 달린 게 없으니 열매솎기도 필요 없을 거 같다”고 밝혔다.

인근 마을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안영일씨(66·용리)의 피해 상황도 비슷하다. 중심꽃이 만개했을 때 냉해 피해를 봤다는 그는 “상품성이 가장 좋은 사과가 되는 중심꽃의 60~70%가 죽는 바람에 상품과 비율이 평년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러면서 “방상팬이 가동됐지만 기온이 영하 3℃ 아래로 내려가니 백약이 무효였다”고 했다. 

이번 냉해가 얼마나 심했는지는 보험 관련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NH농협손해보험 충남세종총국에 따르면 충남에서 ‘과수적과전종합보험(사과)’에 가입한 780건 가운데 682건(87%)이 냉해를 입어 사고를 접수했다. 

◆피해농가 구제방안 미흡=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으나 농가들은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먼저 농작물재해보험 피해 산정방식이다. 문제는 사비과(겉 표면에 긁힌 흔적이 있는 것)나 기형과 등 상품성이 없는 과실도 수세 관리를 위해 나무에 달아 놓을 수밖에 없는데, 이게 착과수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7월초에 시행하는 착과수 조사에서 이들 과실이 포함되면 착과수가 많아지게 되고 그만큼 농작물재해보험 보험금이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에 농가들은 상품성 없는 과일은 착과된 것으로 세지 말 것을 요구한다. 

윤관호 예산 고덕농협 조합장은 “사비과와 같은 비상품과는 가공용 등으로 그야말로 헐값에 팔리는데, 이를 정상적으로 착과한 것으로 간주해 보험금을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부 농가는 키위 꽃 썩음병이 발생하자 행정기관에 피해를 접수했지만, 자연재해로 인정받기는커녕 제대로 된 현장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김경철씨(65·봉개동)는 “읍사무소에 피해 사실을 접수했는데 조사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로 인정받아 약제비라도 지원받으면 좋겠건만, 담당 직원으로부터 보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주시 농정과는 도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약 6㏊ 규모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농어업재해대책법상 습해는 재해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논의를 마쳤다”면서 “추후 키위 담당 부서에서 지원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면 대책을 마련할 순 있을 것”이라고 원칙적인 견해를 내놨다.

이씨는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농작물 피해는 해마다 반복될 것”이라며 “키위 농장 시설투자 지원예산을 확대하고 농가 교육을 강화하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장기적인 방안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제주=심재웅, 예산=서륜 기자

출처 : 농민신문(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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