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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병 폐원농가 재기 막막…대체작목 마땅찮아 ‘한숨’
- 조회 : 393
- 등록일 : 22-02-08 10:41

지난해 발생 현장 가보니
3년간 사과·배 등 심을 수 없어 포도·참다래 등 작목전환 권장
돈되는 ‘샤인머스캣’ 공급과잉 콩·고구마 등은 소득보전 못해
고령농은 과수원 재개도 암담 농가들 “보상금 현실화 절실”
“올해는 땅을 놀릴 수 없어 콩·참깨를 심어볼 생각도 했지만 소득이 영 시원찮아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해 6월 중순께 과수 화상병이 발생, 1만3223㎡(4000평) 규모 밭에서 배나무 500여그루를 매몰 처분한 권혁헌씨(69·충북 음성군 삼성면)는 요즘 밤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보통 이맘때는 새해 영농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농자재 등을 준비하느라 농가들이 분주해지는 시기지만, 권씨는 여전히 마땅한 대체작목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화상병이 발생해 폐원을 하면 3년간 사과·배는 물론, 복숭아·자두·매실 등 장미과 식물은 심을 수 없다. 포도·참다래 등이 권장되기는 하지만 <샤인머스캣> 포도는 재배면적이 최근 몇년 새 크게 늘어 공급과잉 경고가 나오고 있다. 흔히 재배하는 콩·고구마 등과 같은 밭작물은 소득이 배·사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피해 농가들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618농가(288.9㏊)에서 화상병이 발생했다. 사상 최악이었던 2020년(744농가·394.4㏊)에 비해 피해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대발생’ 수준이었다.
화상병 발생으로 폐원한 농가들 상당수는 대체작목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에 처해 있다. 화상병으로 피해를 본 경북 안동 농가 김상현씨(69)도 “3년간 땅을 방치할 수 없어 올해는 잡곡이라도 심을까 하는데 제대로 벌이가 안될 것 같아 막막하다”면서 “70이 넘은 나이에 과수원을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암담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5월말 화상병이 발생해 2㏊(6000평) 규모 배밭 가운데 1.5㏊(4500평)를 매몰 처리했던 홍성안씨(66·충남 천안시 입장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콩농사를 생각하고 있지만 심란하기만 하다. 귀농 6년차인 홍씨는 지난해 처음 해본 콩농사가 쉽지 않았던 데다 잦은 비 때문에 생산량도 얼마 안돼 손에 쥔 소득이 무척 적었다.
그는 “지난해 콩농사 소득은 예전 배농사와 견줘 5∼10%에 그쳤다”며 “올해 작목을 바꿀까 고민도 했지만 그나마 한번 경험이 있으니 올해도 콩을 심어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작목 선택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홍씨는 “어떤 작목이 됐든 자신이 오랜 기간 재배하던 게 아니고선 기술이 부족하기 마련이라 성공 농사를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런 이유로 아예 땅을 놀리는 경우도 나타난다. 2015년 6월 화상병 피해를 봤던 한종우씨(53·천안시 성환읍)는 “당시만 해도 폐원 이후 5년 동안 다시 배를 심을 수 없었다”며 “3년간은 밭을 다른 농가에 임대했고, 그 후 2년 동안은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해 다시 배 묘목을 심었지만 여전히 걱정이 크다. 그는 “이제 겨우 1년생인 묘목이 상품성 있는 배를 생산할 성목이 되기까지 족히 10년은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생활비나 영농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폐원 보상금을 받기는 했지만 각종 자재값이 무섭게 올라 과수원 시설 투자에 너무 많은 돈이 든다”고 말했다. 3.33㏊(1만평) 규모 배밭은 지난해 묘목 식재에 앞서 배수관 설치 공사를 하는 데만 3000만원이 들었다.
지난해 8250㎡(2500평) 규모 사과나무 700여그루를 매몰 처리한 홍준표씨(63·충북 충주시 산척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홍씨는 “5월께 두릅 묘목을 심을까 하는데 당장 땅 고르는 작업을 하려면 500만원가량 들여야 할 상황”이라며 “올해는 아예 소득이 없어 급한 대로 지역 산업단지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농가들은 보상금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화상병 발생에 따른 보상은 나무 잔존 가치, 당해 연도 농작물 가치, 향후 2년간 영농손실 등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덕·관정·관수·방풍망 등 시설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배에 대해선 나무 경제수령을 너무 낮게 설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보상체계에 따르면 나무 수령과 재식밀도에 따라 보상금이 달라지는데, 수확 전 배는 10a(300평)당 38그루(반밀식재배)면 15년생이 한그루당 35만원으로 가장 높다. 16년생부터는 보상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배는 30∼40년까지도 생산성을 최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16년생 이후 나무에 대해서도 보상금이 계속 증가하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서륜, 음성·충주=유재경, 안동=김동욱 기자
출처 : 농민신문(2022.01.28)
